사장단 인사 불확실성·오너리스크로 투자 심리 부정적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재판의 결과가 ‘파기환송’ 으로 판결됨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 부회장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2심에서 말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용역 대금을 받지 않은 것만 뇌물로 본 것과 달리 이날 대법원은 삼성이 지원한 말 3마리의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최순실(최서원)씨에게 있다고 보고 뇌물로 판단했다. 또한 2심에서는 판단하지 않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기존 뇌물 공여액수가 36억원에서 86억원 상당으로 늘어나게 됐고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회사 돈으로 뇌물을 줬기 때문에 횡령죄로 봤다.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5억원 이상에서 50억 미만이면 최저징역 3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며, 50억원이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50억원이 넘는 횡령액이 인정되면 집행유예 기준인 3년 이하의 징역형이 불가능해 법정구속될 가능성이 생긴다.

더군다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문제가 삼성그룹 전망에 변수가 됐다. 2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과 청탁으로 보지 않았고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가능해진만큼 통상 연말에 있을 인사도 불투명해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수요 정체로 실적이 부정적이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무역분쟁,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은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첫 사장단 인사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 개편·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보였으나 사장단 2명만 승진시키는 소폭인사를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실적 악화로 조직안정에 더 신경 썼다는 평가를 했다.

과거의 사례로 볼 때 삼성은 이번에도 조직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부회장의 부재나 경영 불확실성 가운데 삼성전자의 3개 주축 사업부문을 이끄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성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의 중심을 잡고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일 보고서에서 “파기환송 재판 결과까지 6개월에서 1년에 걸친 주요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 우려가 증대되고 있어 투자 심리적으로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KB증권도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계열사의 오너 리스크 부각은 물론 해외 대형 인수합병과 같은 핵심 의사결정의 지연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대법원이 삼성 승계작업 실체를 수면 위에 올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와 경영승계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조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경제계는 삼성뿐 아니라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및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입장문에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이어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대법원 판결 직후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대해 공식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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