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일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채용비리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채용비리 여파로 주요 은행들의 채용 전형은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채용비리에 가담해 재판에 넘겨진 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6월 검찰은 KB국민·우리·KEB하나·BNK부산·DGB대구·JB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인사담당 임원과 실무자 등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신한은행의 경우 뒤늦게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은행의 채용비리 행태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큰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 넘겨진 인사담당 임원과 실무자 등은 최근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당시 KB국민은행 채용과정에서 응시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용비리에 가담한 KB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KB국민은행 법인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의 판결 직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성명을 내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가장 공정해야 할 은행에서 성차별·권력형 채용비리가 발생했는데 검찰은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고 법원 또한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가벼운 처벌로 청년들을 또 다시 좌절시켰다”며 “기회와 과정의 공정을 믿었던 청년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준 비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 6월 열린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무죄, 인사담당자 등 4명은 벌금형 등으로 감형됐다.

가장 최근엔 광주은행 전·현직 인사담당 간부 4명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부정합격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정합격자에 대해 조사나 징계,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없고, 재판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채용을 실시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면서도 “채용비리 재발을 막고 올바른 채용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가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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