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 통해 일본 등급 한단계 낮춰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면전 카드를 꺼냈다.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일본의 첫 수출규제가 단행된 뒤 일본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양국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는 일본과 무역 부문에서 공조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일본이 자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처럼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일 한국을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수출지역 분류 체계를 백색국가와 일반국가에서 A, B, C, D 등 4개로 세분화했다.

기존 백색국가는 그룹A에 속하지만 한국은 그룹A에서 B로 강등됐다. 그룹B는 그룹A가 받을 수 있는 일반포괄허가와 유사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으나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 역시 지역을 세분화하고 일본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추는 방식으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유사하게 바뀐다. 

수출지역은 기존의 가, 나 지역에서 가의1, 가의2, 나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새로 신설된 가의2 지역에 넣었다. 가의1 지역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기존의 백색국가가, 가의2 지역은 일본처럼 가의1 지역의 조건을 갖췄지만 수출통제제도를 부적절하게 운용해 가의1에서 제외된 나라가 들어간다.

다만 성 장관은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개정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의2 지역은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하도록 돼있다.

사용자포괄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 국가는 기존 가 지역 규정대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가의2 지역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사용자포괄허가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된 수출자가 정해진 품목을 구매자, 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을 지정해 일정 기간 수출하도록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품목포괄수출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은 자율준수무역거래자의 등급이 AA, AAA 등급일 때 모두 가능하지만 가의2와 나 지역은 AAA 등급만 허용한다.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재수출은 허가하지 않는다.

개별허가의 경우 가의1은 3종(신청서, 전략물자 판정서, 영업증명서), 가의2는 기존 3종에 최종수화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포함한 5종, 나 지역은 가의2 지역 5종 서류에 수출계약서와 수출자 서약서를 추가한 7종의 신청서류를 내야 한다.

심사 기간은 가의1 지역은 5일이나 가의2와 나 지역은 15일로 길어진다. 재수출과 중계수출 시 가의2 지역과 나 지역은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중개허가는 가의2 지역도 종전처럼 심사가 면제된다.

성 장관은 “가의 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한다”며 “다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일반적인 고시 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중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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