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 딸 공채 전부터 VVIP로 관리돼…허범도 전 국회의원 딸도 포함

딸의 채용 청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부정 채용 지시를 거부했던 KT 인사담당 임원이 상급자에게 욕설과 강한 질책을 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또한 이석채 전 KT 회장이 김 의원의 딸을 입사 전부터 VVIP로 관리했다는 증언도 함께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6일 오후 이석채 전 KT 회장(74)의 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김기택 전 KT 인사담당상무보(54)는 “김성태 의원 딸이 계약직으로 근무할 당시 2012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자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이 전화로 욕을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상무보는 2012년 상·하반기 KT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실무를 담당했다. 당시 다른 상급자가 “김 전 상무보에게 김 의원 딸이 파견직인데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상무보는 그런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상무보에게 권 실장이 “서유열 사장의 지시인데 네가 뭔데 안 된다고 얘기하느냐”고 했다면서 “‘이미 서류 접수까지 끝난 상황이라 2013년도에 접수를 하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하자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상무보는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63)과 논의한 끝에 김 의원의 딸을 채용 프로세스에 합류시켰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인사담당 업무를 맡아오다가 이렇게 야단맞은 적도 처음이었고,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로 채용절차를 진행한 것도 전무후무했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KT 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2년 KT 하반기 공채 서류접수와 인적성검사까지 끝난 상황이었음에도 뒤늦게 합류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특히 2012년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와 맞물려서 이석채 전 KT 회장의 부정채용 의심 정황이 포착된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KT 내부 보고서에서는 김 의원이 이 전 KT 회장의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방어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이 전 KT 회장에게 “국회 환노위에서 우려됐던 KT의 노동 관련 이슈는 김성태 의원님 등의 도움으로 원만히 방어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전달됐다. 

더불어 김 의원 딸이 계약직일 때부터 회사의 ‘VVIP’로 분류돼 관리됐으며 이 명단은 이 전 KT 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VVIP 명단 파일은 2012년 당시 인사운영팀장의 노트북에 저장됐으며, 하반기 공채 온라인 접수 기간이 9월 1일에서 17일까지였던 반면 이 리스트는 7월~8월 사이 작성됐다고 김 전 상무보는 증언했다.

VVIP 리스트에는 김 의원 딸 외에도 허범도 전 국회의원 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상무보는 “당시 회장 비서실을 통해 일부 VVIP가 회사생활의 불만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단이며 보고된 뒤 따로 식사와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KT 회장은 2012년 KT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에서 3명, 하반기 공채에서 4명, 같은 해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 등 총 11명의 부정채용에 가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또한 이 전 KT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마하기 위해 김성태 의원에게 딸 부정채용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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