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국산 불화수소 공급 추진…삼성전자는 감산 계획 없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SK하이닉스가 전세계 반도체 불황과 함께 2분기 연속 적자로 감산체제로 가겠다고 공표했다. 감산 체제로 돌입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1년만이다. 지속되는 반도체 가격하락에 적극적인 생산량 조절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진석 부사장이 25일 2019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량을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 감산 수치는 밝히기 어려우나 D램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생산량이 차츰 줄어들어 내년 생산량은 올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감산 발표를 하게 된 이유는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어닝쇼크가 2분기 연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6376억원으로 1분기 대비 53% 줄었고, 전년동기 보다 89% 감소했다. 매출액도 6조452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D램의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가격 하락이 지속돼 평균판매가격(ASP)은 24% 감소했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하락으로 수요 회복세가 있어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40% 늘었지만 평균판매가격은 25%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모바일 D램의 불확실성 확대, 서버용 D램의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들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 감소세가 본격화돼 올해 상반기 내내 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여파로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D램 현물거래가격이 20여일 새 20% 급등한 것이고 고정거래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변수로 하반기 D램 전망이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일본 수출 규제가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지만 장기화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사의 D램 재고는 기존 예상보다 증가해서 하반기 재고 감소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연말부터 D램 감산에 돌입한다. 먼저 이천 M10 공장의 D램 라인 일부를 CMOS 이미지 센서 사업용으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더불어 D램 10나노 2세대(1y)로의 미세공정 전환으로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연간으로 D램 출하량은 예상보다 저조한 서버용 D램을 포함해 10% 초·중반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기존보다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경우 SK하이닉스는 올 초 전년도 대비 웨이퍼 투입량을 10% 줄이겠다고 했으나 다시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SK관계자는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꾸준히 하락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추세”여서 “하반기에는 재고 부담이 줄고 수급 불균형도 해소됨으로 가격 하락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도 줄이기 위해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었던 경기도 이천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를 늦추고, 충북 청주에 있는 M15 공장의 클린룸 확대 계획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은 내년 하반기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전세계 D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2위 업체 SK하이닉스의 감산 결단이 특히 반도체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추가 감산 계획이 있을지에 대해 글로벌 IT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도 감산을 단행한다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 우위가 돼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분기 때 밝힌 D램 생산 라인 최적화 작업으로 발생한 자연 감산 외에 현재 추가적인 감산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방침이다.

한편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SK그룹의 탈일본 행보도 눈에 띈다. 26일 SK계열 반도체용 특수가스 개발 업체인 SK머티리얼즈가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말 불화수소 샘플 공급을 목표로 설비 투자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 측은 "그동안 불화수소 생산을 검토해왔고 반도체용 특수가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생산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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