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저성과자 괴롭힘" vs 사측 "영업역량 강화 취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최근 시행된 가운데, 대신증권이 이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마련한 사내 프레젠테이션(PT) 대회에 대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이하 노조)가 ‘직장 내 괴롭힘’이란 주장을 제기하면서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5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이날부터 4달에 걸쳐 영업점 PB(Private Banker)가 참여하는 ‘고객 포트폴리오 제안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대신증권은 “고객관리 및 상품판매 우수사례 등을 공유해 직원들의 영업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회사 측이 PT 대회를 명목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회는 영업역량 강화 활동이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 주장은 이러하다. 이번 대회 참여대상에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발령받은 지 6개월 된 영업직원 △수익 기준 하위 직원 △전략적 성과대상자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상당수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명단을 공개해 참석을 강요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인사명령이나 연수명령이 아닌 사내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명단을 공개해 참석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회사 측이 명단을 공개했을 때는 125명 대상이었는데, 이후 문제가 되자 전 직원 참여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처음 공개한 명단의 125명은 1회차 명단”이라며 “1회차를 시작으로 4회차에 걸쳐 전 영업점 대상 423명이 참여하게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처음부터 왜 1회차라는 공지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1회차 이후에 전체 다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명단에는 성과가 좋은 직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며 “본부별, 직급별, 영업기간별 비중을 감안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도 PT 대회를 개최했었고 반응이 좋았다”며 “이번 대회도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 2014년에 한 차례, 2016년에 두 차례 비슷한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당시 대회는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런 대회 자체가 이례적이며,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대회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가끔 한 번씩 있는 정도”라며 “있어도 보통은 자율적으로 한다”고 귀뜸했다. 

이어 “영업이나 실적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내부적인 불만이 시작된 것 같다”며 “영업직원인데 회사 측에서 대회에 참여하라고 한다면 나였어도 반발할 것 같긴 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해당 대회 같은 경우 업계에서 봐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며 “물론 전례가 있었고 좋은 호응이 있었다면 회사에서 확산시키고 싶겠지만 주 52시간 도입으로 요즘 분위기 자체가 많이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