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르면 9월 中 마지막 휴대폰 공장 정리…전자업계 美 생산시설 확대 가능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장기화 조짐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 공장은 베트남과 인도로 옮기거나, 일본의 수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미국에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각) 중국 언론 베이징상바오는 삼성전자가 빠르면 오는 9월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을 폐쇄할 예정으로 현재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폐쇄될 공장은 삼성전자의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지다. 앞서 삼성전자는 18년 간 가동했던 톈진 스마트폰 공장도 지난해 말 폐쇄했다.

공장 폐쇄를 입증하듯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19’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력은 2만9110명으로 2017년 3만4843명에서 16.4% 줄어 주요 지역들의 인력 감소폭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공장을 철수하는 배경에는 미·중 무역분쟁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건비 상승,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축소 등이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였지만,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로 지금은 1% 안팎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이전되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는 중국보다 싼 인건비와 현지 업체 경쟁력이 뒤쳐저 시장성이 밝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법인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휴대전화·디스플레이·가전 제품을 베트남 박닌성, 타이응우옌성, 호치민 등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 생산법인 4곳에서 올린 매출은 총 657억달러(약 77조36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2800억달러(약 329조원)의 27.6%에 이른다. 

또한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첸나이 등에서도 휴대전화·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연간 6800만대를 생산하는 노이다 공장을 증설해 2020년 말까지 1억2000만대로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편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생산 시설 일부를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기미가 짙고 규제 범위도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미 생산라인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삼성전자의 반도체 미국 현지 생산라인 확대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제조 업체들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공장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에따라 중국보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부터 ‘안전지대’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위탁생산) 법인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세탁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이전과 관련해 명확하게 진행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본과 심화되는 무역 갈등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거점이 급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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